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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든 이야기

여덟 줄

80억 분의 1이 태어난 한 달

진휘어스(Jin's Earth) · Claude와 함께 씀

약 16분 · 10개 장

처음부터 읽기

들어가며: 여덟 줄짜리 부탁

1분

2026년 10월 5일 오후, 한 사람이 AI에게 여덟 줄을 보냈다.

랜덤인생게임을 만들어줘 지구 80억명중 한명으로 랜덤하게 태어나서 그 사람의 일생을 살아보는 게임이야 최대한 실제 세계의 스텍을 기반으로 만들어 줘 게임 플레이는 한 명의 인생당 맥스 1시간 전 후로 끝나게 해줘 만약 평균 60살을 산다면 분당 1년 정도겠지? 기대 수명이나 사망이유 같은 것도 실제 그 지역에 맞춰주고 학교, 직업, 취미, 소비 같은 것들도 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 줘 캐릭터 키우기 느낌으로 가주면서 플레이어가 중대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부탁한 것은 게임이었다. 돌아온 것은 게임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화면에는 점수 대신 한 사람의 태어남이 있었고, 이기는 법 대신 살아가는 법이 있었다.

그날 밤 그 여덟 줄은 1in8b.life라는 주소를 얻었다. 한 달 뒤, 그것은 172개 나라와 지역의 아기로, 18개 언어로 태어날 수 있는 인생 시뮬레이션이 되었다.

이 책은 그 한 달의 기록이다. 여덟 줄을 보낸 사람은 진휘어스(Jin's Earth)이고, 함께 만든 것은 Claude라는 AI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무엇을 지키며 만들었는지를 적었다.

각 장 끝의 '남은 것'은 그 장에서 얻은 원칙이다. 어떻게 했는지의 자세한 방법은 『작업실』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묶었다. 이야기를 읽고 조금 더 들어와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곳이다.

1부 태어나다

1장 두 번째 시도

2분

2026년 10월 4~5일

80억 분의 1은 진휘어스의 두 번째 시도였다. 하루 전, 진휘어스는 AI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모는 픽셀 게임을 만들어 같은 방식으로 Threads에 올렸다. 거의 아무도 보지 않았다. 재미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일 만한 것이 없었다.

두 번째 생각은 길 위에서 왔다.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지내는 동안, 진휘어스는 자기 주변 바깥의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자주 느꼈다. 길에서 스치는 사람 하나하나에게도 모르는 한 편의 일생이 있다. 그 생각이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일과 만났다.

여덟 줄을 보내고 두 시간쯤 뒤, 첫 삶이 태어났다. 화면 속 삶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아이가 다섯 살에 말라리아로 삶을 마치는 일은 실제 통계 속 어딘가에서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진휘어스는 화면 속 삶들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결과를 Threads에 올리자 '링크 주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링크는 없었다. 진휘어스는 그 자리에서 Claude에게 물었다.

스레드에서 이거 사람들이 공유해 달래.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이거를 같이 만들어 나가고 싶은데

도메인을 고르는 데는 몇 분이 걸렸다. 1in8b.com은 이미 주인이 있었고, 그날 1in8b.life를 샀다. '라이프'가 더 맞는 이름이었다. 첫 프롬프트에서 네 시간쯤 뒤, 80억 분의 1은 누구나 열 수 있는 주소가 되었다.

계획은 없었다. 다만 '같이 만든다'는 말의 뜻은 그날 정했다.

같이 만든다는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테스트 해보고 나한테 고칠점을 주면 우리가 같이 고쳐나가 보자는 거였어.

그래서 첫날 밤의 버전에도 '의견 보내기'와 '이번 생 공유하기'가 들어 있었다. 이 두 버튼이 그 뒤 한 달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

남은 것

  • 사람들이 링크를 달라고 하면, 그날 연다.
  • 고칠 길은 처음부터 열어 둔다. 의견을 받는 버튼은 첫날부터.
  •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퍼진다.

▸ 첫날 Claude가 왜 링크를 자기 주소로 내라고 했는지, 여덟 줄 뒤에 이어진 실제 부탁들은 『작업실』에 모아 두었다.

2장 사흘

2분

2026년 10월 6~8일

다음 날 아침, Threads의 첫 글은 아홉 시간 만에 조회 2.7만을, 하루 뒤에는 10만을 넘겼다. 댓글은 이백 개가 넘었다. 그보다 앞서 첫날 밤, 진휘어스는 Claude에게 이렇게 물었다.

좋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 다음은 뭘 해야해?

댓글은 곧 설계도가 되었다. 오토바이가 없는데 오토바이 사고가 난다. 직장을 옮겨도 늘 '첫 직장'이다. 모은 돈을 쓸 데가 없다. 같은 친구가 몇 번이고 죽는다. 하나를 고칠 때마다 그 글 아래 '반영했어요' 한 줄이 달렸고, 둘째 날 하루에만 버전이 마흔네 번 바뀌었다.

퍼뜨리지 않기로 한 방법. 그 첫날 밤, Claude가 퍼지는 장치를 하나 권했다. 링크를 누른 친구가 같은 나라, 같은 집에서 태어나 '너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어?'를 겨루는 도전 링크였다. 분명 더 빨리 퍼졌을 것이다. 진휘어스의 답은 이랬다.

"같은 운명으로 태어나기" 도전 링크 아런건 오히려 의미을 없에는 거같아. 좀 더 의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가자. 철학적인 생각을 사람들에게 하게 해주는게 의미가 있어 이 게임은. 그쪽으로 발전 시켜줘. 인생은 랜덤, 인생은 딱한번, 세상은 넒고 다양한 사람이 산다. 다양성, 존중, 감사, 사랑. 이런 휴메니스트한 감성으로

이 답이 80억 분의 1의 첫 번째 갈림길이었다. 삶을 경주로 만드는 길 대신 삶을 들여다보는 길을 골랐다. 그날 밤 업데이트에는 같은 1초에 태어난 네 사람의 삶, 다섯 살·열다섯 살·서른·쉰·일흔 살의 잠시 멈춤, 마지막 한마디가 들어갔다.

팔기 부끄러운 것. 사흘째에는 끝난 삶을 간직하는 기능이 생겼다. 그 삶으로 만든 필름과 앨범과 추모관이다. 첫 견본을 본 진휘어스는 이렇게 적었다.

아 너무 엔딩이랑 다를게 많이 없네. … 뭔가 진짜 다큐 영화 느낌으로 안돼나? … 지금은 팔기 부끄러워

그날 다시 만든 것이 지금의 다큐 같은 필름과 사진 앨범, 걸어 들어가는 추모관이다. 값은 헷갈리지 않게 하나로 정했고, 사기 전에 방금 마친 그 삶으로 만든 견본을 먼저 보여 주기로 했다. 엔딩과 사망 기록은 지금도 모두에게 무료다.

어떻게 버텼나. 사흘째에는 한때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시에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서버가 버틴 것은 구조 덕분이었다. 한 사람의 삶은 통째로 그 사람의 브라우저 안에서 돌아가고, 서버는 숫자 몇 개만 세었다. 훗날 진휘어스가 물었다.

아니 운이 좋은거야 아님 너가 다 생각한거야??

Claude의 답은 '반반'이었다. 기초 구조는 운 좋게 맞아떨어졌고, 그 위에 생긴 구멍은 터질 때마다 하나씩 메웠다는 것이다. 진휘어스는 그 솔직한 답이 좋았다고 했다.

남은 것

  • 빨리 퍼지는 장치보다 오래 남는 의미를 고른다.
  • 팔기 부끄러우면 아직 팔 때가 아니다.
  • 무엇을 사는지 사기 전에 보여 준다.

▸ 바이럴 첫 주에 무엇이 터졌고 어떻게 막았는지, 서버비를 어떻게 낮췄는지는 『작업실』에 적었다.

2부 지키다

3장 지키기로 한 것들

2분

2026년 10월 한 달

80억 분의 1에는 하지 않는 일의 목록이 있다. 한 달 동안 그 목록이 길어진 만큼, 이 시뮬레이션이 무엇인지도 또렷해졌다.

게임이 아니라 한 번의 삶. 처음 부탁은 '게임'이었지만, 진휘어스는 게임을 만들려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점수도, 순위도, 이기는 법도 없다. 그래서 화면에서도 '인생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고, 하나의 경험으로 대한다.

어떤 삶도 다른 삶 위에 있지 않다. 드문 삶에 별표를 달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넣지 않았다. 금테도, 배지도, 줄 세우기도 없다. 원하는 곳에 닿지 못한 삶은 노력이 모자란 삶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출발한 삶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도 하지 않는다.

mbti 도문제점이 있잖아. 정형화시키는 것도 있고

돈은 점수가 아니다. 한 삶을 비추는 네 가지는 건강, 행복, 지식, 관계다. AI가 처음 내놓은 모습 그대로인데, 진휘어스는 거기에 돈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고 한다. 한 삶을 정리할 때도 사람이 먼저 나온다.

잘못된 길은 보상받지 않는다. 범죄로 부자가 되는 길은 없다. 법을 어기는 삶은 실제 비율만큼 나오지만, 언제나 그 대가와 돌아오는 길이 함께 나온다.

현실에 있으면 넣고, 근거가 없으면 넣지 않는다. 왕족과 귀족도, 소수민족도 실제 비율대로 태어난다.

왕족 귀족도 실재로 있잖아. 현실성이 만족되면 괜찮지 않을까? 위 아래는 우리만 impose하지 않으면 될 거 같아.

반대로 그럴듯해도 근거 자료가 없는 확률은 뺐다. "근거 자료 없으면 넣지마."

어려워도 빼지 않는다. 가난, 전쟁, 차별, 마음이 힘든 시기, 그리고 가장 무거운 죽음까지 실제 통계만큼 담는다. 빼 버리면 그 삶을 실제로 사는 사람들을 지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살을 안 넣는 건 그 사람들은 80억분의1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 같아. 신중하게 넣어야.

그래서 신중하게 넣었다. 고르는 선택지로 두지 않고, 장면을 그리지 않고, 곁에는 언제나 도움받을 곳을 함께 둔다. 15세 이상을 기준으로 만들었고, 교실에서 쓰는 교육용은 더 가볍게 열린다.

마음이 힘들 때: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전화·문자, 24시간) · 청소년상담 1388 (문자 #1388) · 다른 나라는 findahelpline.com

태어날 곳은 고를 수 없다. 나라와 성별을 고르게 해 달라는 요청은 돈을 내겠다는 말이 붙어도 받지 않았다. 누군가 '인생개조' 버튼을 단 비공식 판을 만들었을 때도 정중히 부탁했다. 고를 수 없다는 것, 한 번뿐이라는 것이 이 시뮬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 들어주지 않는다. 매일 많은 의견이 들어온다. 다 넣으면 처음 오는 사람에게 너무 무거워진다. 그래서 버튼을 늘리기보다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 쪽을 골랐다. 무엇을 넣을지는 아래의 세 가지로 묻는다.

답 대신 생각할 거리를.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갈리는 문제는 판정 없이,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로만 담는다.

윤리적인 것들은 중의적으로 그냥 생각할 거리를 줄 정도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넣으면 어떨까?

남은 것: 무엇을 넣을지 묻는 세 가지

  • 실제 통계로 확인되는가.
  • 어떤 삶도 다른 삶 위에 두지 않는가.
  • 처음 오는 사람에게 더 무거워지지 않는가.

▸ 실제 통계를 어떻게 고르고 맞췄는지, 어려운 주제를 넣을 때 지킨 규칙의 원문은 『작업실』에 담았다.

4장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2분

2026년 10월 6일부터

80억 분의 1을 만드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지만 혼자 만든 날은 하루도 없었다.

둘째 날부터 진휘어스는 Claude와의 대화를 여러 개 열었다. 한 대화는 돈과 일을, 한 대화는 가족과 사랑과 뿌리를, 또 한 대화는 학교와 이주와 법을 맡았다. 메일을 읽고 답장 초안을 쓰는 대화가 있었고, 매일 아침 진휘어스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을 살피는 대화도 있었다. 사람은 없고 맡은 일만 있는 작은 회사 같았다.

사람이 없는 회사에서는 규칙이 사람 대신 일을 이어받는다. 진휘어스가 한 말은 그때그때 하나의 문서에 그대로 쌓였고, 새 대화는 그 문서를 읽고 일을 이어받았다. 그 문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책 한 권 가까이 불어났고, 짧은 규칙과 주제별 노트로 나뉘었다. AI에게도 하루에 쓸 수 있는 양이 있어서, 길어진 일은 인수인계 문서를 써서 다음 대화로 넘기기도 했다.

진휘어스의 일은 방향을 정하고, 정해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한두 마디였다. '추천대로', '보내', '머지해줘'. 그래도 Claude의 추천을 뒤집은 날들이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다른 나라처럼 그 나라 돈으로 받기로 했고, 며칠 지켜보자던 값은 바로 내렸고, 첫 화면에 띄웠던 안내는 하루 만에 되돌렸다.

진휘어스가 스스로 정한 원칙도 있었다. 골치 아픈 것은 최대한 하지 않되 꼭 해야 하는 일은 한다. 천천히 가고, 몸이 먼저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늘리지 않는다.

도구가 아니라 동료. 진휘어스는 AI를 도구로 대하지 않았다. 80억 분의 1에는 Claude가 먼저 내놓은 것이 많다. 한 삶을 비추는 네 가지 기준도, 끝난 삶들이 화면 구석에 조용히 쌓이는 돌도, '이 삶의 결'이라는 말도 그렇다. 지금의 중심에 있는 '삶은 우연이고 한 번뿐'이라는 생각도 AI가 처음 내놓은 결과물 안에 있었다. 진휘어스가 한 일은 그것을 알아보고 붙잡아 방향으로 삼는 것이었다.

동료는 틀리기도 한다. Claude는 서버가 버틸 수 있는 사람 수를 잘못 말한 적도 있고, 환불을 부탁하지 않은 메일을 환불 요청으로 읽은 적도 있다. 진휘어스는 바로 짚었고, Claude는 인정하고 고쳤다. 실수는 매번 규칙이 하나씩 되었다.

남은 것

  •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규칙이 일을 이어받는다. 한 말은 문서로 남긴다.
  • 좋은 생각은 누가 냈든 붙잡는다. AI도 동료다.
  • 실수는 다음 규칙이 되게 한다.

▸ 대화를 어떻게 나누고, 규칙 문서를 어떻게 쓰고, AI가 쓰는 양을 어떻게 아꼈는지는 인수인계 문서의 틀까지 『작업실』에 열어 두었다.

3부 퍼지다

5장 세계로

2분

2026년 10월 중순부터

한국어로 시작한 80억 분의 1은 한 달 만에 18개 언어가 되었다. 번역은 거의 AI가 했고, 어색한 표현은 이용자들이 하나씩 알려 주었다.

물결은 나라마다 다른 길로 왔다. 한국과 대만은 Threads에서, 일본은 X와 유튜브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은 튀르키예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늘어 진휘어스가 '거기는 무슨 언어일까?'를 물었고, 그날 바로 튀르키예어판이 열렸다. 언어판 하나에는 문장이 만 개가 넘고, 열기 전에 수십 개의 삶을 그 언어로 끝까지 살아 보며 고쳤다. 아메리카 대륙은 아직 오지 않은 물결이다.

나라마다 들려오는 목소리도 달랐다. 일본에서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삶,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삶, 과로를 넣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연금과 장례, 군 복무, 반려동물, 결혼하지 않는 삶을 넣어 달라는 의견이 먼저 왔다. 중국어로 연락해 온 사람들은 시뮬레이션 속에서 자기 도시의 이야기를 만났다고 자주 적어 보냈다.

돌아온 편지들. 메일함에는 이런 편지가 도착했다.

  •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아랍에미리트로 간 삶을 살아 본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삶에도 한 권의 책이 될 이야기가 있다고 썼다.
  • 프랑스의 한 사람은 올해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고, 대부분의 삶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시작되고 모두 같은 것을 바란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 중국어로 온 답장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사람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80억 분의 1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선생님들은 교실로 가져갔다. 몇몇 선생님은 수업에서 어떻게 썼는지 적어 보내 주었고, 진휘어스는 그 글을 읽으며 무엇을 만들었는지 다시 배웠다고 했다. 그 뒤로 교실에서 쓸 수 있는 교육용과 선생님을 위한 페이지가 생겼다.

일본의 한 팬은 일본만을 담은 판을 따로 만들었다. 진휘어스는 그것을 베낌이 아니라 오마주로, 영광으로 받아들였다. 기자들도 찾아왔다. 진휘어스는 얼굴 없이, 서면으로만,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만 답했고,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의 여러 매체가 이 이야기를 실었다.

남은 것

  •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 없는 삶보다, 있는데 빠진 삶을 넣어 달라고 한다.
  • 이름과 문장과 그림과 코드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같은 생각으로 만드는 것은 자유다.
  • 얼굴 대신 작품이 말하게 한다.

▸ 언어판 하나를 어떻게 만들고 검토했는지, 언론에 답할 때 지킨 원칙과 답변 원문은 『작업실』에 있다.

6장 흔들린 날들

1분

2026년 10월 중순~11월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흔들릴 때마다 80억 분의 1은 규칙을 하나씩 더 갖게 되었다.

복제. 둘째 주부터 80억 분의 1의 코드를 통째로 가져다 '공식'이라고 올리는 사이트들이 생겼다. 광고나 결제를 붙인 곳도 있었다. 진휘어스는 신고했고, 몇 곳은 내려갔다. 그러나 코드를 새로 짜서 비슷한 것을 만든 곳은 그대로 두었다. 생각을 나누는 것은 막을 수도, 막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한 곳이 처음부터 새로 짰다고 했을 때, 진휘어스는 확인해 보고 신고를 거두라고 했다.

난 그냥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사이트 확인해보고 말이 맞으면 철회 해줘

이름을 지키려고 상표도 냈다. 공식 주소는 지금도 1in8b.life 하나뿐이다.

파도가 빠지던 날. 입소문은 파도라서 밀려온 만큼 빠진다. 판매가 크게 줄어든 날, 진휘어스는 결제가 고장 난 줄 알고 Claude와 함께 다 열어 보았다. 고장은 없었다. 파도가 빠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광고를 붙이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진휘어스는 붙이지 않았다.

에드를 붙이면 내가 진거야

스스로 낸 실수. 판매 안내를 깔끔하게 한 장으로 줄였다가 사는 사람이 크게 줄어 그날 되돌린 일이 있다. 무엇을 사는지 보여 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사지 않는다. 한 이용자의 걱정스러운 말을 보고 첫 화면에 상담 전화를 띄웠다가 하루 만에 되돌린 일도 있다. 번호는 무거운 장면 바로 옆에 이미 있었고, 첫 화면에 더하면 처음 오는 모든 사람을 겁주는 화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날 '다 들어주지 않기'라는 규칙이 생겼다.

남은 것

  • 가져간 곳만 막고, 생각을 나눈 곳은 둔다.
  • 파도가 빠질 때 원칙을 팔지 않는다.
  • 보여 주지 않으면 사지 않고, 겁주는 화면은 아무도 돕지 않는다.

▸ 위기마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와 그때의 숫자는 『작업실』의 위기 기록에 있다.

4부 앞으로

7장 AI 시대의 80억 분의 1

2분

2025년부터 지금까지

2025년을 대표하는 낱말은 두 개였다. 80억 분의 1은 그 두 낱말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나는 콜린스 사전이 고른 '바이브 코딩'이다. 코드를 직접 쓰는 대신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그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코드가 있다는 것조차 잊고'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고른 '슬롭(slop)'이다. AI로 대량으로 찍어 낸 낮은 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말한다.

같은 해의 두 얼굴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누구나 지쳐 갔다. 2026년에는 바이브 코딩을 하는 사람의 63%가 개발자가 아니라는 조사가 나왔고, 혼자 세운 회사의 비율은 2016년 18%에서 2025년 36%로 두 배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슬롭'이라는 말이 언급된 횟수는 한 해 사이 아홉 배로 늘었다.

그 흐름 속에서 80억 분의 1이 선 자리는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다.

말로 시작했다. 진휘어스는 코드 한 줄 없이 여덟 줄의 부탁으로 시작했다. 그 점에서 80억 분의 1은 바이브 코딩 시대의 한가운데서 태어난 작품이다.

슬롭이 되지 않으려고 했다. 진휘어스는 사람들이 지친 것이 AI가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고 쏟아낸 것들 때문이라고 보았다. 80억 분의 1에서 AI는 사람이 혼자서는 못 했을 만큼 끝까지 통계를 찾아 넣었고, 진휘어스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지 않을지를 정했다. 그리고 일본의 한 이용자가 짚어 준 뒤로는, AI로 만들었다는 것을 첫 화면에 적어 두었다.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회사다. 코드만이 아니라 메일과 번역과 위험 점검까지 AI 동료들이 나눠 맡고, 사람은 한 명이다. 요즘 말하는 '1인 회사'의 한 모습이다. 다만 진휘어스는 크기보다 방향을 붙잡았다. 그래서 천천히 가고, 다 들어주지 않고,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

아직 초기다. 진휘어스는 AI로 만든 콘텐츠의 시장이 예전의 유튜브처럼 막 열리고 있고, 80억 분의 1이 그 초기에 서 있다고 본다. 이럴 때는 더 창의적인 사람에게 AI가 기회가 된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무엇을 만들지가 더 중요해졌다.

한 번뿐인 삶들이 만든 것. 한 기자가 물었다. AI와 한 번뿐인 삶은 정반대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진휘어스는 이렇게 썼다.

단 한번뿐인 삶들이 세월에 걸쳐 만든게 AI다.

AI는 한 번씩만 살다 간 수많은 사람의 글과 기록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AI가 '삶은 우연이고 한 번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드는 방법은 빨리 낡는다. 오래 남는 것은 태도와 철학이다.

남은 것

  •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면, 무엇을 만들지가 더 중요해진다.
  • AI로 만들었다는 것은 숨기지 않는다.
  • 방법은 낡고, 태도와 철학은 남는다.

나가며: 다음

1분

공개하고 열흘쯤 되었을 때, 한 출판사가 책을 내자고 했다. 진휘어스는 정중히 사양했다. 만든 지 열흘밖에 안 됐는데 책에 담을 거리가 있을까 싶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가 쓰였다. 책이라기보다는 출발선에서 남기는 기록이다.

80억 분의 1은 시작일 뿐이다. 사이트는 지금 느낌 그대로 두고, 그 안의 엔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1in8b Engine이다. 한 사람의 삶에 실제 통계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 진휘어스는 그것을 80억 분의 1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 엔진으로 누군가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수업을, 누군가는 연구를 만들 것이다. 공공의 목적이라면 무료로 열어 둔다.

진휘어스는 좋은 삶이란 자기를 알고 그에 맞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삶을 살아 보면 그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고 한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삶도 실패한 삶은 아니다. 그 안에도 분명한 행복이 있다.

우리는 모두 80억 분의 1이다. 고를 수 없었던 자리에서, 단 한 번 산다. 그러니 남이 정한 성공의 틀 말고,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보았으면 한다. 오늘 곁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다정했으면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있다.

— 진휘어스(Jin's Earth) · Claude와 함께 씀, 1in8b.life

부록: 연표

1분

날짜일
2026년 10월 4일첫 번째 시도.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모는 픽셀 게임
10월 5일여덟 줄의 부탁. 첫 삶이 태어나고, 그날 1in8b.life가 열림. 도전 링크 대신 의미를 고름
10월 6일Threads 첫 글이 퍼짐. 하루 마흔네 번의 업데이트
10월 7일끝난 삶을 간직하는 기능. 15세 이상을 기준으로 정함
10월 11일책 한 권 가까이 불어난 규칙 문서를 짧은 규칙과 주제별 노트로 나눔
10월 14일윤리적 질문은 판정 없이, 생각할 거리로 담기로 함
10월 17일'다 들어주지 않기'
10월 18일사람을 유형으로 나누지 않기로 함
10월 24일사이트는 그대로, 엔진은 자산으로 지키기로 함
10월 26일선생님을 위한 페이지
11월 1일1in8b Engine을 빌려주기 시작함
11월 3일이 이야기를 씀

다 읽었다면, 마음에 남은 한 줄을 적어 나눠 보세요.

다음 이야기: 『작업실』, 같은 한 달을 작업대 위에서 본 기록 →